행복한 이별
어느덧 가을이 깊어 색색의 나무들과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왠지 모르게 마음의 허전함을 느끼는 이때, 오랜 친구 같았던 집사님이 일본의 모든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시게 되어 마음의 허전함이 더합니다.
일본인 남편에게 주님을 영접하게 하시고, 또 병들어 누우셨을 때에도 지극 정성을 다해서 손발이 되어 병수발로 헌신하신 집사님은 주변에서도 어떻게 저렇게까지 하시나 하고 모두 감탄할 정도였습니다. 나중에는 남편이 치매로 인해 사람도 몰라보았지만 묵묵하게 당연한 듯 돌보셨고, 결국엔 시설에 입원하셨을 때도 알아보지도 못하는데도 매일같이 찾아가서 만나기를 3년, 남편분이 소천하셨는데 정말 놀랄 일은 남편이 집을 처분해서 한국 가서 살라고 집사님께 남겼고, 나머지는 전처의 자식에게로 생전 증여를 했다는 것입니다. 경증일 때 미리 알고 이처럼 재산정리를 다 해놓으셨고, 그리고 상속세까지도 별도로 통장을 해놓으셔서 주변의 우리를 감동시켰습니다. 또한 전처의 따님 두 분도 흔쾌히 한국 가서 잘 사시라 서로에게 감사하며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성경책들을 교회에 주고 가신다고 가져왔는데, 내가 성경책들을 살피다가 그 안에서 소천하신 남편분의 마음을 전하는 사랑의 편지가 젊었을 때 집사님의 빛바랜 사진 한 장과 함께 나왔습니다. 눈물이 나왔습니다.
편지와 남편분이 소중하게 간직하셨던, 집사님이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을 돌려드렸습니다. 남편분은 언젠가 있을 이별에 대비해서 정신 있을 때 자신이 간직했던 사진과 정말 멋있고 행복했었다는 편지를 남기셨던 것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이 후처를 맞이하였으니 그의 이름은 그두라라 아브라함이 이삭에게 자기의 모든 소유를 주었고…. 자기 서자들에게도 재산을 주어 자기 생전에 그들로 하여금 자기 아들 이삭을 떠나 동방 곧 동쪽땅으로 가게 하였더라”(창25:1~6).
누가 알아주든 아니든 이처럼 성실히, 묵묵히 열심을 다하신 집사님은 오래전 식당을 하셨는데 그 식당에서 우리 서동경예수중심교회가 개척을 했고, 모여 예배드릴 수 있도록 빌려주셨습니다. 주님은 이러한 일들까지 섬세하게 다 상주시고 갚아주시는 분임을 우리 모두에게 또다시 알려주셨습니다. 다들 웃으며 남편에게 잘해야겠다며 주님께 감사드렸고, 마음 아픈 이별이 아니라서 좋았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언젠가 헤어집니다. 그러나 이 집사님처럼 믿음의 본이 되는 삶의 결과로서의 행복한 이별은 성경 말씀을 떠오르게 하고, 말씀과 이 일이 겹쳐져서 잊지 못할 강력한 말씀으로 우리 속에 남았습니다.
우리도 믿음의 사람으로서 이런 멋진 이별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편지를 써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편지를 우리 남편의 세컨드 성경책에 넣어두려고 합니다. 그리고 아들에게도 주님의 살아 역사하심과 아들의 엄마로서 좋았노라고 써서 넣어둘까 합니다. 나중에 편지를 손에 쥐고 주님께 감사할 모습을 생각하면서, ‘감사했습니다. 너무나 행복했었습니다.’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