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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보온밥통과 책보

850호 · 2016-06-10

“막둥아, 막둥아. 이거 받아라!”

국민학교 1학년, 3교시 수업이 끝나면 스르륵 교실 뒷문이 열린다. 그리고 누군가를 찾는 소리. 어머니셨다. 그리고는 책보를 조심스레 건네신다. 갓 지은 따순 밥과 국 한 그릇, 반찬통이 담긴 도시락이다. 요즘처럼 국물이 새지 않는 그릇이 있던 때도 아니다. 집에서 학교까지 그리 가까운 거리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것들을 책보에 단단히 여미시고는 매일 그렇게 늦둥이 아들을 찾아오셨다. 그저 따뜻한 밥 한 끼 먹이시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시며….

그러나 그때의 필자는 철이 없었다.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릴 만큼 속이 깊지도 못했다. 매번 칭얼거렸다. 짜증을 내고 땡깡을 부렸다. ‘나도 아폴로 보온밥통 사줘!’

아폴로 보온밥통. 체크무늬 얇디얇은 비닐 가방 위쪽에 달린 큼지막한 자쿠(지퍼)를 열면, 속에 그릇을 담도록 홈이 파인 스티로폼으로 된 보온재가 나온다. 그리고… 끝. 더 볼 것도 없다. 보온은 둘째로 치고, 비닐 가방은 왜 그렇게 부실한지, 돌이켜 생각하면 조악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나 부럽기만 했다. 두 형님과 누나에겐 다 사 주셨으면서도 정작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처럼 예뻐하시던 막둥이 소원은 들은 체도 하지 않던 어머님 때문에 더욱 속상하기만 했다. 매일 벌어지는 팽팽한 줄다리기. 똘끼 충만한 막내의 때 이른 반항. 결국 승리의 여신은 필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얏호!

그러나 밥은 생각보다 따뜻하지 않았다. 이리저리 흔들어대다 보니 짓눌린 밥은 항상 떡이 되기 일보직전. 반찬들은 한데 엉켜 정체불명이 되기 일쑤였고, 게다가 김치 국물은 흘러 넘쳐 가방 곳곳에서 쉰내를 팍팍 풍겼다. 그래도 그것이 좋다고 헤헤 거리며 다 식어버린 밥을 뜨던 어리석은 인생! 그것이 바로 필자였다.

우릴 사랑하시는 하나님은 우리를 위해 더 좋은 것을 예비하신다(고후2:9). 하지만 아둔한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에 더 쉽게 끌린다. 집착한다. 내 소견에 옳은 것을 얻고 좋아라 한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처사일까?

하나님의 사랑하심을 믿자. 때때로 우리가 하나님의 계획을 알지 못하기에, 그 크신 사랑을 헤아리지 못하기에 이해할 수 없어 답답하게 느낄 순 있어도 우릴 향한 하나님의 계획은 지금도 쉼 없이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 하나님은 항상 옳다!

신현명 목사

yeddo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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