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야 한다
해마다 연말 결산 영상을 제작한 지 24년이다. 2000년 말부터 시행해왔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거의 매년 해온 작업이다. 준비 단계부터 완성, 그리고 결재까지 대략 1~2개월이 소요된다. 그러다 보니 10월이 되면 부담이 시작된다. 때로 일이 잘 풀려서 대본 작업부터 시작해서 멘트 녹음, 오프닝 영상에 대한 아이디어 및 BGM 선정 등이 순조로우면 다행이지만, 해외집회 일정 등에 밀려 시간에 쫓기거나 편집 단계마다 벽에 턱 걸리는 때가 있는데, 그러면 겨울 하늘을 바라보며 어서 빨리 연말이 지나가기를 바라기도 한다. 이 작업을 시작한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연말 기분이란 걸 느껴본 적이 없다. 어쨌든 그러저러한 진통 끝에 완성을 하고 목사님의 결재가 끝나면, 긴 진통 끝에 아이를 낳은 산모의 홀가분함이 이럴까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다 지난해 말 주일에 결산 영상 상영을 마치고 나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시간은 가는구나. 그러나 절대 건너뛰는 법은 없네. 어차피 그 시간을 오롯이 내가 다 겪어야 하는구나!’
누가 군대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가 했는데, 좀 있으니 벌써 제대를 앞뒀다는 소식을 들으면 ‘시간 참 빠르네.’ 하면서도 내가 겪은 군대 시절을 상기해본다. 무려 3년 6개월을 지냈다. 그 하루하루가 건너뛰는 법 없이 내가 다 몸으로 부대끼고 나서야 끝났다. 남이 아닌 내가 사는 인생이기에 영화처럼 건너뛸 수도 없고, 누가 대신 경험해주지도 않는다. 오롯이 내가 다 견뎌내야 한다.
노아가 방주를 지은 100여 년의 세월도, 아브라함, 이삭, 야곱, 요셉의 세월도, 모세의 출애굽과 이스라엘 민족의 광야 40년의 여정도, 가나안 정복과 이후 사사 시절, 사울과 다윗왕을 비롯한 열왕들의 이야기, 또한 마지막 멸망하기까지 그 엄청난 역사적 장면들도 우리가 글로 보고 있기에 몇 페이지, 몇 줄로 기록되어있을 뿐이지만,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 각자는 절대 건너뛰는 법 없는 삶을 하루하루 오롯이 견뎌내며, 싸우며, 때로는 벅찬 승리를, 때로는 엄청난 실패를 겪어야 했다. 그 삶이 성공적이든 그렇지 못하든 매한가지다. 내가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내든, 허비하든 절대 건너뛸 수 없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결국 그 시간은 다 지나간다는 사실이다. 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갈지는 내가 하기에 달려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죽음의 시간에 이르게 될 것이다. 누구도 피할 수 없다. 피하려 하지 말자. 피할 수도 없다. 내가 싸워 이겨야 한다. 견뎌내야 한다. 끝까지 견디고 이겨내는 사람만이 삶의 주인이 된다. 천국도, 상급도 마찬가지다. “나는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과 나중이라 내가 생명수 샘물로 목마른 자에게 값없이 주리니 이기는 자는 이것들을 유업으로 얻으리라 나는 저의 하나님이 되고 그는 내 아들이 되리라”
(계21: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