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매사 여유를 가져라
"말이 많으면 허물을 면키 어려우나 그 입술을 제어하는 자는 지혜가 있느니라"(잠10:19)
가을로 가득한 우리 기도원을 찾았다. 비록 하늘은 많이 찌푸려있었지만, 구름 사이로 비치는 반가운 햇살이 단풍의 색깔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다.
목사님은 예의 그 슈바이처 모자를 쓰시고 기도원 구석구석을 다니고 계셨는데, 가장 먼저 이렇게 말씀하셨다.
“열 명 남짓한 제자들을 데리고 직접 교육하는 일이 설교하는 것보다 몇 배는 힘들더구나.”
그러나 지금까지 경험에 의하면 목사님께서 피곤한 내색을 하시는 경우는 현재 진행하고 계신 일에 매우 흡족함을 표현하시는 거다.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매우 보람과 기대를 갖고 계신 것이 분명했다. 식당 근처에서 만난 목사후보생들의 모습을 보아도 금식으로 좀 야위어 보이긴 하였지만 얼굴만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목사님은 지난 수요예배에 보내신 메시지를 통해 현재 목사후보생들을 어떻게 교육시키고 있는지 설명하셨다. 후보생들의 핸드폰을 모두 회수하고 마스크를 씌우며 7일 금식에 하루 7시간 기도, 10시간 성경탐독, 그리고 아침저녁으로 직접 강의하신다는 것이다. 그리고 끝으로 어쩌면 21일 금식을 시킬지도 모르니 성도들의 기도를 부탁한다고 말씀하셨다.
강력한 제자교육의 밑바탕에는 목사님의 철저한 솔선수범이 선행되어 있다. 한 후보생은 지난 주일이 가장 힘들었다며, 아침 1부 예배부터 4부 예배까지 목사님과 함께 온 종일 위성예배를 함께 드렸다고 한다. 가르치기에 앞서 손수 모범을 보이는 일이 지도자의 기본자세임을 행동으로 웅변하신 것이다. “너희 중에 있는 하나님의 양 무리를 치되 … 맡기운 자들에게 주장하는 자세를 하지 말고 오직 양 무리의 본이 되라”(벧전5:2~3).
사진에서 보듯 모든 목사후보생들은 입에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는 우리 예수중심신학교육의 대명사였다.
“말이 많으면 실수가 많다. 서로 말하지 말고 자신과 대화하며 주님의 음성을 들으라.”는 것이다. 휴대폰을 모두 회수한 것도 같은 조치다. 하나님을 배우겠다고 기도원에 들어와 훈련에 임한 자가 여전히 세상적인 관심사에 마음을 빼앗기고, 자꾸 인간의 말을 하다보면 목적 자체를 잃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도들이 그리 관심을 가졌던 21일 금식은 처음 예정대로 7일 금식으로 종료되었다. 7일 금식을 마치고 목사후보생들은 식당 한편에 둘러앉아 꿀맛 같은 죽으로 보식을 하고 있었다. 첫 보식을 하며 하는 말, “에서가 팥죽 한 그릇에 장자권을 팔아먹은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목사님은 “식욕조차 이겨내지 못하고서야 어찌 능력 있는 하나님의 종이 될 수 있겠나? 그러나 큰 것을 깨달았구나.” 라고 말씀하셨단다.
목사님은 후보생들에게 가서 아침 첫인사가 뭔지 물어보라 하셨다. 보식을 마치고 식당을 나오는 후보생들에게 물었더니, 단 1초의 머뭇거림도 없이 “여유를 가집시다!” 라고 합창한다.
목사님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내 제자들이나 성도들이 매사 조급하고 여유가 없어 고통을 당한다. 거목이 어찌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7일 금식도 쉬운 게 아니다. 그러나 21일 금식시킬지도 모른다 하니 너끈히 7일 금식을 해내지 않던가. 그중에는 당뇨환자도 있었고, 암 투병을 했던 제자도 있다. 그러나 기적같이 7일 금식을 해내고 오히려 더욱 건강해졌다. 나라고 왜 걱정되지 않았겠나. 그러나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올인하는 자세를 온몸으로 체험하는 교육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기도원은 하나님의 기적이 연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영적 현장이었다. 팔조차 들어 올리지 못하던 환자가 기도원에 들어와 고침을 받고, 멀리 독일의 은주 자매는 아들이 39도의 고열로 펄펄 끓는다며 애통하더니 목사님의 전화로 기도를 받는 순간 열이 떨어져 정상이 되었다고 기뻐했다는 것이다.
가을의 아름다운 단풍도 이제 긴 겨울의 마당으로 흩날려 가리라. 그래도 또 봄은 오고 생명은 계속된다. 하나님은 분명히 살아계신다. 문제는 믿지 못하는, 그래서 기다리지 못하고 포기하는 불신앙이다. 매사 여유를 갖자. 믿음의 긴 호흡으로 신실하신 하나님을 만나자.
한은택 목사
henry8829@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