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아빠가 화장실 안팎에서 소리를 질러댄다. 아이가 화장실에서 나오고 아빠도 급한 볼일을 다보고 나오고서도 여전히 옥신각신이다.
“아빠, 왜 아빠는 제가 화장실 갈 때만 따라오는 거예요?”
“임마, 화장실이 놀이터냐? 내가 너만 따라가게? 네가 하도 안 나오니깐 그렇지. 넌 어찌 된 게 한 번 들어가면 감감무소식이냐? 너 변비니?”
“참나, 아빠. 그게 아니라 화장실에서 혼자 있으면서 생각할 게 있어서 그래요.”
“아니, 왜 생각을 화장실에서 하냐고? 네 방에서 하면 되지.”
“방은 형이 있어서 산만하단 말예요. 오늘 생각할 게 좀 있어서 앉아있었는데 결국 아빠가 방해했어요.”
아이는 머리를 흔들며 말한다.
“어떻게 화장실에서 생각을 하냐고? 힘주기도 바쁜데.”
“참, 아빠는…. 뭘 모르시는 거 같아요. 옛날 중국의 문인이었던 구양수는 문장을 측상에서 생각해냈다는 말도 모르세요? 설마 측상이 뭔지 모르시는 건 아니시겠죠?”
“넌 아빠를 뭘로 아는 거야? 변소 아냐? 변소.”
“오호? 우리 아빠, 나이스!”
“너 아빠를 무시했어.”
“암튼요. 위대한 사람은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나 깊은 생각이 필요할 땐 다 혼자 있었다고요. 많은 사람과 의논해서 결정할 일도 있지만, 혼자 고민하고, 혼자 생각해서 결정지을 일도 있거든요.”
“좋아. 맞는 말이긴 한데 무슨 일로 화장실에서 그렇게 골똘히 생각한 거야? 아빠한테 말해봐. 아빠가 해결해 줄 수도 있잖아.”
“말 못해요. 저 혼자 결정해야 할 일이거든요. 앞으로 제가 혼자 결정해야 할 일들이 많아질 텐데 스스로 결정짓는 법을 습득해야죠.”
“너 갑자기 그러니까 아빠가 급 섭섭해진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아빠.”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하자, 아빠는 아내를 보며 말한다.
“다 큰 거야?”
그러자 아내가 웃으며 말한다.
“그럼요. 애는 아니지요. 그러나저러나 우리 집 옮겨야겠어요. 애들 방 하나씩 주려면요. 그래야 깊은 사색에 잠길 수 있겠는데요.”
아내가 웃으며 주방으로 들어가 버리자 혼자 남은 아빠는 길게 한숨을 내쉰다.
“새벽 오히려 미명에 예수께서 일어나 나가 한적한 곳으로 가사 거기서 기도하시더니”(막1:35)
주님은 홀로 기도하셨다. 그 분은 앞으로의 일들, 곧 십자가를 지실 것과 죽으실 일에 대해 기도하실 때 홀로 기도하셨다.
큰일을 이룬 자들은 홀로 있는 시간을 즐긴다. 홀로 있으면서 생각하고 계획하고 뜻을 세우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홀로 있는 것에 익숙지 않고, 홀로 있는 것을 두려워한다. 홀로 있는 시간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전화로라도 대화를 하고, 거리로 뛰쳐나와 인파에 묻히려고 한다.
그러나 가끔 홀로 있어보라. 생각이 정리되고, 입으로 퍼내지 않는 생각들을 깊게 할 수 있다. 가끔 홀로 여행을 떠나보라. 여럿이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광경이, 장면이 당신 눈에 분명히 띠게 될 것이다. 그리고 홀로 기도해봐라. 주님과 독대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될 것이다. 은밀한 기도는 바로 홀로 있을 때 가능하지 않겠는가. “너는 기도할 때에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마6:6).
세계적인 수학자인 히로나카 헤이스케는 자전적 수필집인 ‘학문의 즐거움’에서 자아발견의 과정에서 고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 있을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고독과 외로움은 영어로 똑같이 ‘loneliness’나 사실은 서로 대립되는 것이다. 외로움은 고독으로부터, 즉 혼자 있는 것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는 인간의 감정을 나타낸 말이다. 고독(孤獨)을 잃었기 때문에 외로움이 생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고독을 확고히 갖고 있으면, 좋아하는 사람이나 싫어하는 사람, 어떤 사람과 어떻게 접하더라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신조이다.”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 말라. 그 시간은 조용히 혼자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고, 내 생각을 들여다보는 시간이고, 내 영혼을 들여다보는 아주 귀한 시간이며, 홀로 서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러니 혼자의 시간을 즐겨라. 홀로 있는 시간을 유용하게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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